Spatial History of Waste
폐기의 공간사 - 쓰레기통부터 매립지까지, 쓰레기가 거쳐 가는 모든 공간들
2025
author : Leehong Kim
publisher : Site & Page
우리가 버리는 그 많은 쓰레기는 대체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터부시되고 감춰져 왔던 폐기의 공간을 재조명하는 건축가의 새로운 시선.
그리고 건축가의 손끝에서 다시 태어나는 폐기의 공간들.
가까이에는 대문 옆 1㎡의 쓰레기통부터, 멀게는 163만 평에 이르는 대규모 쓰레기 매립지까지, 폐기와 관련된 공간은 우리 삶에서 도저히 뗄 수 없는 필수 인프라이다. 그러나 소각장, 매립지, 적환장, 재활용품 선별장 등 인프라에는 여전히 ‘기피시설’이라는 꼬리표가 붙곤 한다. 이 공간들은 도시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보이지 않게 점차 지하화되는 추세다. 그래서일까.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넣어 집 밖으로 내다 버리는 순간, 그 이후의 과정은 우리 눈앞에서 자취를 감춘다.
이 책 『폐기의 공간사』는 사람들의 관심사 바깥으로 밀려난 폐기 이후의 과정, 그리고 이 과정에서 쓰레기가 거쳐 가는 다양한 공간들을 조명한다. 저자는 이 공간들에 대한 관심이 생산과 소비, 그리고 폐기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 폐기의 공간에 무관심했던 것은 건축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도 그럴 것이 고유한 구조와 외관보다는 철저히 기능성에 집중한 건축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덴마크의 ‘코펜힐’, 오스트리아의 ‘슈피텔라우 소각장’ 등 이색적인 폐기시설의 사례에서처럼 건축적 관심과 아이디어가 더해진다면 공간의 의미와 가치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건축가인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건축과 도시의 관계에 관심을 두고, 전시와 공공 프로젝트 등 다방면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 온 저자 김이홍은 ‘폐기의 공간’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이번 작업을 통해 지역과 환경에 기여하는 건축가의 역할을 고민한다.
이러한 고민의 시작점에는 그가 설계했던 폐페트병 리사이클링 공장 ‘아이엠팩토리’와 그의 클라이언트 수퍼빈이 있었다. 아이엠팩토리는 공장의 본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면서도, 교육·전시·공연 등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도 활용되게끔 설계된 신개념 공장이다. 저자는 아이엠팩토리의 설계 과정과 그 안에서의 고민들을 짚어 가며, 쓰레기의 역사와 오늘날 도시 속 폐기의 공간으로까지 관심을 확대해 갔다.